주말반 학원 등록을 하느라 퇴근이 늦어진 저녁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아들과의 실랑이를 계속 이어간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파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몰아붙이기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 주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라는 말에 아내는 머리만 만지작거리며 저녁을 흐지부지 끝내고 말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아빠 여자야~! 아빠가 그러라고 했고 아빠는 보기 좋은데... 그럼 된 거 아니니?"
그렇다! 아내는 그러고 싶었을 것이다.
딸과 함께 머리도 해보고 싶었을 것이고 조금 더 자라면 쇼핑도 하고 싶어질 것이다.
사실 조금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파마 한번 맘 놓고 하지 않았던 아내를 나는 이해해야 했다.
방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따라 "나보다 엄마가 더 이쁘게 된 거 같다"라는 애교에도 서운함이 잦아들지 않을 모양이다.
여보! 아들이 셋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제일 큰 아들은 당신 편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스타일 있으면 언제든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 저렴한 곳만 찾아다니지 말고...
그리고, 아들들 아빠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