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XE 레이아웃 카메론 XE LAYOUT CAMERON XE1.8.3

최근에 들어 놀러와의 일상을 수필처럼 묘사한 글입니다.


놀러와요 2020-01-31 22:04 조회 수 80 댓글 수 0
작성일자 2020-01-31
사회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어느 날 본가에 잠시 들리던 중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뒤따르게 되었습니다.

뒤따르던 차를 의식했는지 옆길로 수레를 비켜 세우며 저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저의 어머니였습니다.

나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만 분명 제 어머니가 맞았으며 황급히 차를 세워 다짜고짜 따져 물었습니다.

"엄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수레는 또 뭐고,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어머니께서는 "지나가는 사람들 방해된다며, 집에 가서 얘기하자." 하시며 저를 밀쳐내시고는 수레를 계속해서 끄셨습니다.

수레는 이윽고 골목 어느 집 앞에 세워졌고 뒤따르던 할머니께서는 고맙다며 연거푸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습니다.

동네 이웃인데 파지나 고철을 주워서 챙겨주다 거동이 불편해져 수레를 끄는 일까지 돕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아니! 누가 누굴 돕는다는 건데 지금?"

사실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연세가 팔순이 넘으셨고 건강 또한 그리 좋은 편이 아니십니다.

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아껴 뭐 하냐며!"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당신을 닮아 나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마음대로 하시라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채소를 가득 묶은 서너 개의 보따리를 승강장에 내려놓고 버스를 기다리시는 할머니와

보따리를 피해 쏜살같이 달아나는 야속한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중학교 때 나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그때 나는 할머니께 "보따리 2개는 제가 들어 드릴 테니 제 뒤를 따라 버스에 타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함께 버스에 올랐습니다.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시장에 내리신다고 하셨고 보따리는 시장에서 내다 팔 채소라고 하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버스에서 무사히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

시장에 함께 내려 안전한 곳에 보따리를 내려 드리고는 발길을 재촉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힘들게 사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는데, 어머니의 그러한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속이 상했습니다.

최근에는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것 같다고 하시기에 주민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 많은 자식 키워 내시며 이제는 쉴 때도 되셨지만 그냥 계시지 않으니 수레라도 손봐 드려야겠습니다.

엄마! 언제쯤 끝이 날까요?

어제저녁 소소한 삽화 [어머니의 수레]

어머니의 수레.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낚시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주말인 어제는 친구와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고 왔어요. ​ 이런저런 핑계로 쉽게 집 밖을 나서지 못했던 나를 위해 자신의 주말을 내어주는 친구가 있어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 어둠을 가로지르며 달리다 잠시 들렀던 휴게소에는 안개비도 맞을 수 있었어요. ...

직업 선택 시 중요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본능과의 관계 file

인간도 원초적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을 가지고 있지만 동물과 같이 생존과 종족 번식을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지구촌 많은 곳에서는 굶주림과 전쟁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보편적 인간의 삶이란 외적인 보상을 ...

나침반이 고장났다[내 안에 또다른 나... 마음이랑 놀자] file

내 안에 또 다른 나... 마음이랑 놀자 -나침반이 고장났다- 글씨체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연필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적어지고 있지만, 상대의 글씨 모양을 눈여겨 보면서 많은 판단...

우산 나눔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file

돌봄 교실이 끝날 무렵 발걸음을 재촉하니 금세 빗방울이 든다. 키 작은 아이 둘이 신발주머니를 올려들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다 아빠를 만날 기쁨에 병아리 같은 걸음으로 내달린다. 친구는 엄마가 없음을 직감하고서 주변을 서성이다 가방에 넣어둔 전화기를 ...

넘칠만큼 좋았던 사람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file

소중한 사람을 하늘로 보내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머리가 아프지만 아내와 엄마를 보내는 마음에야 비할 수 있을까요? 친구의 아내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병원을 다니며 치료 마치면 시원한 맥주 원 없이 마시자며 2년간...

내 나이 마흔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file

나의 불행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퇴근길에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 전화를 걸었더니 또 한 번 요란한 소동이 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연초에만 해도 가족 모임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다음을 기약했는데 누구랄 것도 없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

너는 나를 삼키는 불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file

잠시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것은 병이겠지요? 일 중독에서 공부 중독으로 전염되었다고 아내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현업을 유지하며 공부를 하니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나를 지켜보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잠시도 몸과 마...

눈물 젖은 붕어빵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file

조금 전 막내딸을 하원 시키는 길에 붕어빵 수레가 눈에 띄여 "공주야 붕어빵 사가지고 갈까?" 그렇게 우리는 오빠도 먹어야 하니 2천 원 치를 사기로 하고 우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걸음이 힘들어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수레 위에 ...

아빠 여자라니깐 [일상에서 글을 만나다] file

주말반 학원 등록을 하느라 퇴근이 늦어진 저녁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아들과의 실랑이를 계속 이어간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파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몰아붙이기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 주 졸업식에 참석하지 ...

어머니의 수레 [어제저녁 소소한 삽화] file

사회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어느 날 본가에 잠시 들리던 중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뒤따르게 되었습니다. 뒤따르던 차를 의식했는지 옆길로 수레를 비켜 세우며 저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저의 어머니였습니다. 나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만 ...